“노인은 인간인가”에서 “나이든 보통사람으로”까지…철학으로 다시 만난 노년
한국선배시민협회·선배시민학회 2박 3일 심화교육…전국 60여 명 참여

사단법인 한국선배시민협회와 선배시민학회가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철학자의 노년: 노년의 우정, 실천에 관하여’를 주제로 2박 3일 심화교육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에는 서울·경기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울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60여 명의 회원과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강의는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유 교수는 이번 교육에서 철학자들이 바라본 노년의 모습과 그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고, 오늘날 노년의 의미와 선배시민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다루며 노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살펴봤다.
올해는 교육 내용이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하루 늘어나 2박 3일 과정으로 진행됐다. 지역에서 참여한 회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해 이동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한 공간에서 함께 배우고 토론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장시간 이어진 강의와 토론에도 참가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노년과 시민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노인은 인간으로 존재하는가”
교육은 “노인도 인간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인간은 자신을 찾는 존재이면서 관계적인 존재이고 동시에 공동체적인 존재다. 그렇다면 노인은 이러한 총체성을 온전히 가진 존재로 인정받고 있는가. "그렇다면 노인은 인간으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실에서 노인은 쓸모없는 존재, 사회의 짐, 돌봄의 대상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반대로 ‘어른’이나 ‘어르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현실의 노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현인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기도 한다. ‘나이값’을 높게 책정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번 교육에서는 이러한 노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철학자들의 사상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펴봤다.
전체 교육은 ‘추방된 인간’, ‘정신의 요새’, ‘권력의 낙인’, ‘인간과 시민의 귀환’ 총 4부로 이루어졌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해 키케로, 세네카, 쇼펜하우어, 보부아르, 부르디외, 수전 손택, 엘리아스, 푸코, 누스바움, 아메리,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노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봤다.
특히 노인이 사회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제도와 구조, 권력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리고 교육의 마지막에는 노인을 다시 인간과 시민의 자리로 돌려놓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년을 특별한 현인이나 무기력한 존재로 규정하기보다 ‘나이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에 주목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삶의 생동을 잃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노인 역시 생동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시민으로 참여할 수 있다.
생동하는 존재가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를 알고, 권력을 갖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교육의 주요 핵심이었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따라간 2박 3일
교육은 단순히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강의 중간중간 참가자들은 ‘노년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 ‘노인은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 ‘선배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고 의견을 나눴다.
노년의 사회적 위치와 내면의 문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이번 교육에는 20대 활동가도 참여했다. 선배시민의 철학이 노년 당사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노인복지 현장과 다른 세대의 활동가들에게도 공유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둘째 날 저녁에는 공식적인 뒤풀이도 있었다. 강의실을 벗어난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활동과 지역에서의 경험을 나누며 관계를 넓혔다.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이 ‘선배시민’이라는 공통의 가치로 연결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신선으로 올라갔다가 동물로 떨어졌다가, 다시 인간으로”
3일간의 교육은 참가자 전원이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한 참가자는 이번 교육을 통해 자신의 노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며 다음과 같이 소감을 전했다.
“2박 3일 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노인인 저는 교수님 말씀처럼 신선으로 올라갔다가 동물로 떨어졌다가 드디어 오늘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어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부하가 오기도 했지만, 노년을 선배시민협회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참여한 회원은 3일 동안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접한 뒤 “나는 어떻게 노년을 규정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돌아간다”면서 “배운 것을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 실천하고 의식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열심히 학습하고, 실천하고, 반복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교육을 통해 푸코 등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의 논의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며 “3일 동안 철학자들의 논의를 들은 것이 앞으로 노인이 되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 노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들어 갈 것이다”
이번 교육의 결론은 ‘철학자들이 규정한 그런 노년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든 보통사람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모아졌다.
노인은 나이든 보통사람이며, 그 수만큼 다양하다.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상호 돌보고 관계 맺는 주체이며, 노인의 행위 역시 생존과 노동을 넘어 실존과 시민적 행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선배시민론은 시민의 실천론이다.
- 노인은 시민이다. 빵을 권리로 획득한다. 그러므로 노인은 빵의 권리를 가진 존재이다.
- 노인은 인간이다. 자신의 실존을 묻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존재이다.
- 노인은 인간과 시민답게 살아갈 우정과 공동체를 마중하는 존재이다.
이번 심화교육은 나이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고, 관계를 맺고, 우정을 쌓으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3일간의 교육을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교육에서 던진 질문과 배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지역에서 다시 이어진다.
철학으로 노년을 묻고, 생동하는 시민으로서 삶을 바라보고, 선배시민으로 실천하는 것.
이번 심화교육은 그 길을 함께 찾는 2박 3일의 여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