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이 아닌 재택”… 치매인을 위한 ‘집다운 공간’은 무엇인가
선배시민협회 돌봄분과는 26일 김성룡 한경국립대학교 교수를 초청해 ‘치매인을 위한 생활공간: 자택이 아닌 재택’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의는 일본의 건축가이자 복지 연구자인 토야마 타다시의 저서 『자택이 아닌 재택』을 바탕으로 치매인을 위한 생활공간과 유니트 케어(Unit Care)의 철학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자택이 아닌 재택』은 토야마 타다시 교수가 일본의 노인요양시설 환경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시설에서도 ‘집 같은 삶’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스웨덴에서 석·박사를 마친 그는 북유럽의 그룹홈 개념을 일본 현실에 맞게 발전시켰으며, 일본 유니트 케어의 기반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는 먼저 기존 대규모 요양시설이 만들어내는 ‘격차’를 설명했다. 그는 시설 입소 자체가 익숙한 생활환경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짚으며, 공간·시간·규칙·언어·역할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노인의 삶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 김성룡 교수 강의 PPT
특히 다인실 중심의 시설은 프라이버시가 부족하고, 집단생활에 맞춰진 일정 속에서 개인의 생활 리듬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하며, 빠른 속도의 돌봄 체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의 감각과 욕구를 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외출 제한, 소지품 통제, 금전관리 제한 등은 개인의 판단과 개별성을 약화시키며, 일방적인 지시 중심의 관계는 노인을 ‘생활의 주체’가 아닌 ‘돌봄의 객체’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설에 있더라도 다시 개인으로서의 생활영역이 형성된다면 그것은 ‘자택이 아닌 재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간 구성의 중요성을 소개했다. 핵심은 단순한 ‘케어 공간’이 아니라 생활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의 시간과 생활 리듬이 존중되어야 하며,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영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김성룡 교수 강의 PPT
강의에서는 개인실과 복도 사이에 놓인 작은 소파나 테이블 같은 준사적 공간의 사례도 소개됐다. 김 교수는 “자연스러운 대화와 관계 형성은 거대한 홀보다 이런 작은 공간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며 “중간공간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 공간이자, 스스로 움직이고 관계를 맺게 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유니트 케어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기존 병원형 노인시설이 긴 복도와 대형 홀 중심이었다면, 유니트 케어는 소규모 공동생활 공간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조도의 차이, 천장의 높이 변화, 작은 거실과 현관 같은 공간 구성을 통해 단계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자연스럽게 사람 간 교류가 이뤄지도록 설계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의 치매노인 그룹홈 사례인 ‘코모레비의 집’은 단층 구조의 주택 형태로 조성돼 생활공간과 돌봄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곳에서는 입소자와 직원 간에도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며, 각자가 역할을 가지는 생활이 가능하다고 소개됐다.
김 교수는 “홈(Home)이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공간·시간·관계가 회복되는 장소”라며 “토야마 교수 역시 시설에 있더라도 자기 자신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실현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돌봄분과 회원 외에도 다수의 선배시민협회 회원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국내 사례로 해바라기요양원, 샬롬하우스 등을 공유했으며, 폐교를 활용한 노인시설 아이디어와 야마모토 리켄의 탈시설 공동체 관련 서적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