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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Citizens Society

당당하게 늙어가기

 
2024.01.05 00:03

임계장과 고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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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고용률은 34.1%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평균 14.7%를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중앙일보, 은퇴 못한다)

 

 

일하는_노인.jpg

출처 : 중앙일보

노인 빈곤율이 최고로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의 노동은 생존에 필요한 빵을 얻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용돈 수준인 월 30만 원 미만의 저임금 일자 양산에 그친다.

 

 

그나나 다소 ‘젊은’ 노인들은 나쁜 일자리라도 구할 수 있다. <임계장 이야기>는 이런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임계장이야기, 조정진>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퇴직 후 얻은 일터에서 ‘임계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임계장’은 무슨 뜻일까?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라는 말의 준말이다. 임계장은 ‘고·다·자’라 불리기도 한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이 책은 임계장의 취업분투기이다.

말 그대로 분투하는 과정에서 임계장들은 소진되어 나간다.

“임계장은 내 부모 형제의 이름일 수도 있고, 또 퇴직을 앞 둔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얻게 될 이름일 수도 있다.”

 

이 책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잠재적으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이비 붐 세대의 소위 ‘늘공’으로 38년간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60세의 나이로 은퇴해서 지금은 63세의 중년이다.

편안히 노후를 살 일만 남은 것 같지만, 생존을 위해 분투하다 질병을 얻는다.

 

한 노인은 말했다.

자신이 젊어서 국밥집을 할 때 공짜로 밥을 먹으러 오는 노인을 속으로 비난했단다.

젊어서 일을 하지 않은 대가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자신이 지금 그러고 있단다. 그때 비난했던 노인들에게 지금 미안하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빈곤할 수 있다는 것을 <임계장 이야기>는 보여준다.

특히 중산층의 삶도 퇴직과 함께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딸 결혼자금으로 목돈을 넣고, 아들의 대학 학비로 여전히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퇴직했다. 일자리를 찾았지만, 임계장밖에 자리가 없다. 임계장의 일터와 고용 조건은 열악하다.

 

“단순 노무직은 장시간의 노동, 비인간적인 대우, 잡균이 우글대는 비위생적 근무 환경이 일반적이다.

아파트, 고층빌딩, 그리고 터미널에는 쓰레기더미, 잡균, 배기가스, 미세먼지, 그리고 혹독한 추위와 더위가 더해졌다.”

 

 

대부분의 일자리의 노동 강도는 높다.

고속배차 담당자가 되었을 때는 세 명이 했던 일을 한 명에게, 아파트 경비가 되었을 때는 일곱 명의 일을 한 명에게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낮은 임금 때문에 그는 투잡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아파트는 격일근무제이다. 그래서 쉬는 24시간을 고층 아파트 주차관리 겸 경비원으로 지원한다.

 

“교대문제보다 더 힘든 것은 수면 부족이었다.

두 곳에서 각기 4시간, 6시간씩 수면시간이 주어졌지만 무전기를 켜놓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뛰어나가야 했기 때문에 어디서도 제대로 눈을 붙이기 힘들었다.”

 

임계장은 아프면 안된다.

 

“아프다고 말하면 고용주는 즉시 관심을 보인다. 잘라야 할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4년여 동안 네 번의 큰 사고를 당했다.

“일하다 병에 걸리면 업무과 관계없는 ‘노환’이라 했고, 치료는 커녀 해고 통지 문자가 날아왔다.

내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네 곳의 일터를 전전해야 했던 것도 이처럼 해고가 남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검진도 받지 않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병을 종합검진으로 미리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한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이 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자괴감과 싸워야 한다. 자른다는 말을 늘 듣고 산다.

 

“시금 노동자로 일하는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자른다’였다. 수없이 들어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들을 때만다 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이와 함께 나오는 말이 ‘너 아니라도 일한 사람은 널려 있어’이다.

임계장은 권력관계망에서 늘 약자였다. 특히 주민들의 민원이 제일 무섭다. 그 중에 갑질하는 사람들이 꼭 존재한다. 이런 와중에 그에게 위로가 된 말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인 선배가 던진 말이다.

 

“자네는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 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폐기물더미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석면가루가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 없어.”

 

이 말을 듣고 저자는 되뇌인다.

“나는 인간 대접을 받고자 이 아파트에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더라도 서러워 말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저자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적고 있다.

결국 그는 몸이 상해서 7개월간 투병한다. 그가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때문이었다.

70대가 넘는 구직자들에 비해 60대 초반은 아직 정신이 건강하고, 몸의 근육이 쓸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 몸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글은 <유범상·유해숙저, 선배시민 –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중에서 발췌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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