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이란
힘없고 무기력하고 사회적인 짐인 잉여 인간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용어가 ‘No 人’이다.
No人은 사람이 아닌 존재로 늙은이라 호명된다. 늙은이는 돌봄의 대상, 잉여 인간, 이등 국민으로서 자식과 사회에 짐스러운 존재이다.
새로운 노인이 등장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Active Senior’로 여가 및 취미생활, 자기계발, 경제활동을 즐기는 생산적이고, 활동적이며 성공한 노인이다.
청바지를 입은 노인으로 상징되는 액티브 시니어는 점차 많아질 것이다. 700만여 명에 이르는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인구로 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액티브 시니어를 새로운 노년상으로 삼고 희망을 가져도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액티브 시니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성공한 노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성공한 노인조차도 경제적으로 안심하기 어렵다.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
이들은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 타인이나 공동체보다는 자신의 취미·여가와 가족의 성공에만 관심을 가진다.
공동체의 일이나 국가보장, 즉 시민권에 대해 무관심하고 부정적이다. 자수성가한 노인들은 문제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선배시민론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시민권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즉 노인을 시민으로 본다. 시민이라면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
달리 말해 시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보장의 대상이다. 노인도 시민이므로 당연히 그 자신의 국가에 대한 기여나 업적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시민이 국가보장을 받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 문제로부터는 자유롭다.
따라서 누구나 보통 사람으로 살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가의 보장을 받게 된다면, 노인도 각자의 개성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로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시민이라면 노후에도 보통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삶을 위한 국가의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선배시민론은 시민으로서의 노인을 ‘선배시민’이라 호명하고, 관련 철학과 실천을 체계화한다.
선배시민이란 ‘시민권이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를 누리며, 공동체에 참여하여 자신은 물론 후배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인’을 말한다.
선배시민론은
첫째, 생존을 상징하는 ‘빵’을 늙어서도 품위 있게 획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적인 빵을 국가로부터 권리로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배 시민은 국가보장을 권리로 자각하는 노인이다.
둘째, 선배시민론은 노인을 선배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노인은 돌봄의 대상에서 돌봄의 주체가 된다. 선배 시민은 시민권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실천하는 노인이다.
이를 위해 노인들만이 아니라 후배 시민들과 연대함으로써,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이상에서 보듯이 선배시민론은 노인을 시민으로 규정한다.
노인은 자기 목소리를 갖고, 공동체에 참가하는 존재로서 빵을 권리로 받아들여 모든 시민에게 분배되도록 요구하는 실천을 한다.
그는 시민이자 선배로 실천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의미하는 ‘장미’를 획득한다.
따라서 선배시민론은 노인이 시민이자 선배로서 빵과 장미를 획득하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이를 위한 실천 방법을 이야기한다.
(유범상·유해숙저, 선배시민 –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중에서)
- 선배시민협회의 선배시민 선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