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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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Citizens Society

당당하게 늙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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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은 체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을 의미한다.

노인이라는 용어를 대체할 긍정적인 담론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기존의 노인담론이 수동적·소극적·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인을 가리키는 새로운 용어 찾기에 성공했을까?

 

노년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하는 TV프로그램이나 언론 기사들은

‘아름다운 실버’, ‘시니어시대’, ‘굿모닝 실버’, ‘인간, 나이 듦, 행복’, ‘일하는 노년은 아름답다’, ‘시인들의 노년, 노년의 시와 삶’과 제목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담론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호칭은 ‘어르신’, ‘어머님·아버님’, ‘시니어’, ‘실버’ 등이다.

어머님·아버님은 친근감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호칭이 되지 못한다.

어머님·아버님이라는 호칭은 노인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르는 이와 불리는 이 모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한편 어르신은 공경과 존경을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극적인 개인이나 공동체와 연관된 존재를 포괄하지 못한다.

때로는 어르신이라는 용어를 충효사상과 연관 지어 권위주의적인 문화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2년 전 비행기를 탔을 때이다. 한국인 승무원이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무척 당황했고,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 이후로 더 직원들에게 말한다.

‘어르신’ 또는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은 가능한 쓰지말고 ‘회원님’, ‘00참여자 여러분’, ‘선배시민님’ 등 적재적소에 정체성에 어울리는 호칭을 쓰라고.

아버님·어머님과 어르신이란 과잉 친절한 호칭을 쓰면 도움이 필요한 유치원생들에게 가르치는 듯하는 인상과 함께

노인을 신비화하여 동반자적 대상으로 초청하지 않으려는 행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의 최종 목적이 사회 통합이듯이 노인복지 또한 사회분리가 아닌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윤호중, 고목나무에도 싹이튼다)

 

이처럼 어르신, 아버님·어머님이라는 호칭은 사회복지사들과 노인들을 분리시키는 담론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군포시 노인복지관 윤호중 관장의 의견이다.

 

한편 시니어나 실버 같은 외래어는 상업적으로 주로 쓰여 왔다. 이들 호칭은 한국의 정서나 노인의 특성을 담지 못한다.

앞에서 살펴본 어르신, 늙은이, 액티브시니어가 노인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용어가 아니라면, 노인을 어떤 담론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1950~1960년대 영국에서 노인을 ‘old people’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점차 ‘노령연금 생활자’가 노인과 동의어가 되었다. 이 용어는 부정적 이미지와 겹쳐졌다.

노령자를 국가나 젊은이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이미지의 용어를 모색했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연장자 the elderly’가 널리 사용되었다. ‘old people’이 한국의 노인 혹은 늙은이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elder people’은 어르신에 가까울 것이다. (펫테인)

 

한편, 유럽에서는 ‘시니어 시티즌 senior citize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선배시민’이다.

캐임브리지 사전은 시니어 시티즌을 “an older person, usually over the age of 60 or 65, esp. one who is no longer employeed”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60세 혹은 65세 이상의 은퇴한 노인을 의미하는 보통명사이다. 미국은 노인의 날을 정하고 ‘National Senior Citizen Day’라 이름 붙였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8월 21일을 노인의 날로 선포하는 「선언문 5847」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용어가 주목받지 못했다.

유럽과 미국의 선배시민 담론을 이론화하여 설명하는 논문이나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고 있는 ‘선배시민’이라는 용어를 특별한 의미를 담은 담론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우선 ‘시니어 시티즌’이라는 개념이 노인을 시민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시민권 이론 차원에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선배’와 ‘시민’의 합성어인 ‘선배시민’에서 중심을 이루는 개념은 선배가 아니라 ‘시민’이다.

노인은 시민이다. 따라서 시민권을 가진 존재이다. 시민은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인은 시민인 동시에 삶을 더 살아온 선배이다.

군대선배, 직장선배, 학교선배 등은 먼저 군대에, 직장에, 학교에 들어 온 사람이다.

그렇다면 선배시민의 선배란 무엇을 의미할까? 선배는 선배인데, 시민으로서 삶을 먼저 산 존재, 즉 시민선배이다.

 

시민선배는 시민권을 누리고, 시민권을 요구하고 실천하며, 시민권이 보장된 공동체에서 사는 존재이다.

또한 시민선배는 시민성을 갖는 존재로서 후배에게 시민권을 알려주고, 이들이 더 안전한 공동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천하는 존재이다.

즉 시민선배는 후배시민(시민후배)를 돌본다. 후배시민(시민후배)과 소통하고 학습하며 시민권이 보장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간다.

 

시민선배와 선배시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노인을 선배시민과 시민선배라고 부른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앞의 단어를 괄호 안에 넣어보면 (선배)시민과 (시민)선배가 된다.

즉 노인은 시민이자 선배이다.

시민이 시민성과 시민권을 소유한 존재라면, 선배는 직장, 동네, 학교, 군대 선배 등 특정범주에서 경험, 경력, 나이 등이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두 개념을 풀어 써보자.

 

(선배)시민 = (경험, 경력, 나이 등이 많은) 시민

(시민)선배 = (시민성을 갖는 존재로 시민권을 권리로서 얻기 위해 실천하는) 선배

 

선배시민은 노인의 존재론적인 속성과 시민성과 시민권을 가진 시민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한편 시민선배는 시민이라는 측면에서 선배의 모습, 즉 노인이 후배들과 함께 시민의 권리를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즉 선배시민과 시민선배는 노인의 모습에 대한 강조점이 다르다. 선배시민은 시민의 특성을 강조한다면, 시민선배는 선배의 특성을 부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대부분) ‘선배시민이라는 개념은 이해가 된다. 노인을 지칭하기 위해 앞에 선배라는 단어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민선배는 그냥 선배라고 써도 될 것을 왜 시민이라는 말을 붙여서 헷갈리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것은 중요한 질문이다.

 

선배시민론 공부를 시작할 당시, 선배시민이라는 개념만 염두에 두었지, 시민선배라는 개념은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시민론에서 선배는 당연히 시민권을 추구하는 선배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천현장을 다니다 보니 선배시민론을 시민성과 시민권이라는 시민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선배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선배시민론을 시민권과 관련된 시민론이 아니라 후배를 위해 희생하는 선배론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냥 선배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선배임을 강조할 필요성이 생겼다.

 

‘노인은 시민이자 선배인데, 이때 선배는 시민으로서의 선배,

즉 (시민성과 시민권을 갖는) 시민 선배입니다. 선배론은 엄밀히 말하면 선배론이 아니라 시민론입니다.’

 

시민선배는 후배시민과 시민성을 공유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연대한다.

이런 점에서 노인의 권위는 물리적인 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고 이것을 후배시민과 학습하고 소통하는 데서 나온다.

 

선배시민은 공동체의 일원인 시민이며, 후배와 함께하는 시민선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연령, 의무, 권리와 연관된 개념이다.

선배시민의 시민성은 빵을 권리로 자각하고 요구하며, 자신과 이웃을 넘어 국가 공동체 시민의 삶에 관심을 갖고, 선배의 지혜와 책임을 다하려는 존재로서의 특성이 있다.

 

선배시민의 선배로서의 특징은 돌봄의 대상인 늙은이, 자신만을 돌보는 성공한 노인, 그리고 공동체 대해 훈수만 두는 어르신(꼰대)과 비교하여 볼 때

공동체를 돌보는 주체이고, 있는 그대로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후배시민과 연대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데서 드러난다.

 

즉 선배시민은 ‘시민권이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를 누리며, 공동체에 참여하여 자신은 물론 후배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인’이다.

 

선배시민의 특징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어르신, 늙은이, 액티브시니어와 비교해 보자.

어르신은 존경의 대상이지만 사회와 정치로부터 초월해 있는 현자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선배시민은 시민성을 갖고 시민권을 요구하고 실천하는 존재이다.

선배시민은 후배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학습하고 연대하는 존재이다. 어르신과는 달리 선배시민은 후배시민과의 관계에서 수직적이라기 보다는 수평적이다.

 

늙은이와 선배시민의 차이는 명확하다.

늙은이는 수동적이며 돌봄의 대상이다. 빈곤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국가나 사회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고픔과 추위를 해결하기 위해 민원인이 된다.

 

반면 선배시민은 돌봄을 권리로서 요구한다. 이들은 시민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공동체를 돌보는 주체이다.

 

선배시민과 유사해서 가끔 혼동되는 개념이 액티브시니어, 혹은 성공한 노인이다.

활동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측면에서 둘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인식과 실천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액티브시니어가 개인의 성공적인 삶을 중시한다면, 선배시민은 개인을 넘어 시민권의 실현을 위한 측면, 즉 정책과 구조적 요인에 주목한다.

액티브시니어는 성공이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고 보고, 실패한 개인의 구제를 위해 자선적 실천을 한다.

반면 선배시민은 개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살수 있도록 하는 사회권을 보장할 것을 국가에 요구한다.

 

선배시민은 ‘나’를 둘러싼 공동체 속에서 묻고, 시민권의 관점에서 더 나은 공동체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존재이다.

 

시민이자 선배로서 생각하고 실천할 때 그는 품위와 권위를 가질 수 있다. 늙은이와 액티브 시니어는 모두 돌봄의 대상이다.

늙은이는 국가에 도시락과 연탄 등 생필품을 요구한다면, 액티브 시니어는 직업과 인문학 프로그램을 요구한다. 국가는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선배시민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에 사회권과 인권보장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조직하는 시민이다.

학습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시민이며, 후배들을 대변하고, 이들과 소통하고 연대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선배이다.

 

(유범상·유해숙저, 선배시민 –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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