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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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늙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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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서 구조로

 

늙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은 누가 책일질까?

개인의 책임이라는 설명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키케로는 문제의 원인이 개인의 결함에 있지, 나이에 있다고 보지 않았다.

절제와 좋은 성품을 가진 노인은 노년을 즐기나, 무례하고, 불평 많고, 퉁명스러운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고통스러운 삶을 산다고 보았다(Cicero).

 

키케로는 기억력 저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테미스토클래스라는 노인이 모든 시민의 이름을 다 암기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 기억력 저하는 훈련 하지않은 탓이라고 진단한다.

문제는 노인의 성격과 노력 부족이다. 따라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인에게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키케로는 현실을 대하는 개인의 열정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열정만 있다면 지적인 능력은 유지될 수 있다.

심지어 노인이 나이 들어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현명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키케로는 노인의 문제를 노년이 아닌 개인의 결함에서 찾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모든 노년의 결함은 품위 있고 계몽된 교육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Cicero).

 

이렇게 노인의 문제를 개인의 측면에서 보는 것과 달리, 구조적·제도적 측면에서 보는 입장도 존재한다.

노인 삶의 질이 차이가 나고, 생존과 실존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은 구조의 문제라는 견해이다.

제도의 차이가 삶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국가의 제도에 주목한다. 시대와 복지국가의 유형에 따라 소득과 돌봄 정책의 차이가 나타났다.

이것은 노인들의 삶의 차이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노인 거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사회정책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제도와 구조의 차이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제도나 구조는 정치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밥 제숍은 세력 관계의 차이가 제도의 차이를 만들고, 제도가 지속되면서 구조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Jessop).

예를 들어 노동조합의 조직화가 잘 되고 영향력이 셀수록 보편적 복지로 발전해 간다. 즉 노동, 자본, 국가 등 삼자 간의 세력 관계가 복지국가의 유형을 결정한다.

한편 형성된 제도와 구조는 정치적 관계를 규정한다.

정치적 관계는 또다시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으로 강력한 세력은 법을 자신에게 더 유리하게 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제숍의 ‘전략관계적접근법’은 이런 관점에서 구조도 설명한다. 특정한 관계가 일정하게 지속되면 그것이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전략의 개념으로 행위와 구조를 통합하려고 한다.

 

제숍의 주장을 선배시민에게 적용해보자.

노인들은 공동체의 일에 참여함으로써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새로운 구조와 제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노인들을 위한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노인은 생산력이 낮고, 돌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덜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아동과 유아를 지원하기 위한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의료 등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다.

이것은 유권자에게 현명한 투자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지원은 투자라기보다 자원 낭비로 받아들여진다(Nussbaum).

 

개인적, 구조 및 제도적 혹은 정치적 측면의 입장 중 어떤 것이 노인 문제의 원인으로 설득력이 있을까?

제숍은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통합적 방법을 제시한다. 즉, 하나의 사건은 다양한 이론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든 층위를 포괄하여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통합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구조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키케로처럼 개인의 노력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불평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산과 자원을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갖기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기준선을 마련하여 조건의 평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열정에 호소해야 한다. 이 기준선과 책임성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유범상·유해숙저, 선배시민 –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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