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주거권에 대한 현실과 상상” 주제로
선배시민협회, 온라인 토론회 ‘미미공론장’ 셋째 마당 열어
60세 이상 1,400만 명 중 무주택자 20% 넘어
고령자 위한 노인복지주택 9,000가구뿐 턱없이 부족
“지상의 방 한 칸“ 누가 마련해 줘야 하나
선배시민협회(협회장 유해숙, 이하 ‘본 협회’)는 지난 8월 14일 저녁 7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 “노인 주거권에 대한 현실과 상상”이라는 주제로 회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군자 부회장의 진행으로 온라인(ZOOM) 토론회 ‘미미공론장’ 셋째 마당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3일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과 관련하여 노인 주거권 문제 중 노인복지주택의 공급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유해숙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3개월 동안 북유럽 복지국가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하고, 보고, 느끼고 돌아왔는데, 그런 복지국가를 만든 사람들은 선배시민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우리 선배시민협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길을 만들어 갈 것인지 많이 설레고 기대된다. 앞으로 ‘미미공론장’이 큰 역할 해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김정규 본 협회 회원(이하 발제자)은 “기재부가 굳이 레지던스라는 어려운 말을 써가며 알맹이 없는 고령자 주택정책을 발표했다”고 꼬집으며,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여 저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고령자 주택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정책들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자는 “주거권은 단순히 지붕이 있는 공간에 살 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며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인데, 단순한 ‘지붕’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고령자들이 많다. 60세 이상 1,400만명 중 20% 이상이 무주택자다. 그런데 공공임대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40곳, 9,000가구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은퇴 후에는 생활비 조달을 위해 집을 팔거나 주택연금에 가입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노인 1인 가구도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택수요에 대비해서 다양한 사업주체들이 노인주택시장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수립시에 고려해야 할 것은 부담 비용이다. LH 등 공공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보증금 200~300만원에 월 임대료가 4~6만원이어서 비교적 저렴하다. 그러나 민간 임대는 이른바 실버타운이라고 하여 큰 평형이 많고 보증금이 10억에 육박하며 월 생활비가 2인 가구 기준 300~400만원에 이르는 등 고소득 노인들이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했다.
대안으로는 “공공임대를 대폭 늘려야 하고, 민간 기업이나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토지 임대나 건설자금을 국가가 대폭 지원해야 한다.”면서, 일본 각켄(學硏) 그룹이 운영하는 코코판을 사례로 소개했다. 코코판은 일본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사코주’(サ高住) 정책을 활용하고, 생활비를 중산층 연금 수령액 수준인 150만원 정도로 책정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발제자는 사회주택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의 사정이나 입주자의 요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나서서 주택 공급과 운영을 할 수 있어, 입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례로는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 케어B&B, 앤스스페이스, 위스테이별내 등을 소개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A회원은 “지금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데, 살던 집을 노후 생활에 맞게 정부나 지자체가 개조해 주는 ‘aging-in-place’ 정책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익숙한 동네에서 지인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B회원은 “노인들만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시설은 왠지 가기 싫다.”고 하면서, “일반 아파트에서 아이들도 보고 젊은 세대와 함께 생활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C회원은 “국가와 지자체가 주거 약자들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2년 전에 서울 관악구 반지하 세모녀 사망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여전히 우리 현실은 상대적으로 주거권이 취약한 계층으로 세입자, 홈리스, 강제퇴거, 비공식 주거, 이주민, 1인 가구, 아동,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서울에만 20만호가 넘는 반지하 주택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D회원은 “소득 하위계층(1~4분위)의 자가보유율이 2006년 52.6%에서 2022년 47.8%로 5% 감소했는데, 오히려 소득 상위계층(9~10분위)의 자가보유율 2006년 76.8%에서 2022년 80.5%로 상승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또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도 83만 가구 이상이며, 대략 180만 명 정도가 여기에 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휴거’, ‘빌거’, ‘엘사’, ‘이백충’ 등 부동산이 만든 신(新)계급사회 용어들은 단순히 경계를 만드는 것뿐이 아니라 갈등과 차별,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발제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주거기본법에 따라 소득수준ㆍ생애주기 등에 따른 주택 공급 및 주거비 지원을 통하여 국민의 주거비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과, 주거복지 수요에 따른 임대주택의 우선공급 및 주거비의 우선지원을 통하여 장애인ㆍ고령자ㆍ저소득층ㆍ신혼부부ㆍ청년층ㆍ지원대상 아동 등 주거지원 필요 계층의 주거수준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거 형태와 장소에 대한 선택지를 양적·질적으로 풍부하게 하여 수요자가 자기 필요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주거(점유) 중립성’(tenure neutrality)을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 중립성이란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임대든 어느 것을 선택해도 그 비용을 비슷하게 해서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주거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편, 온라인 토론회 ‘미미공론장’은 의미 있고, 재미있는 공론장이라는 뜻으로, 본 협회가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정하여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저녁 7시 반에 회원 및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