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에서 권리주체로’”…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위한 토크쇼 개최

by 관리자 posted Sep 16, 202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대상자에서 권리주체로”…노인인권기본법 제정 위한 토크쇼 개최


최영애·김상헌 발제 이어 선배시민 당사자 토론 진행

자기결정·사회참여·돌봄·디지털 권리 등 다각도 논의
노인의 삶을 복지 넘어 보편적 권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0916-01.jpg

참석자들이 '노인인권기본법추진' '대상자에서 권리주체로'라는 팻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인복지관협회

 

노인을 단순한 복지와 돌봄의 대상이 아닌 자율성과 존엄성을 지닌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노인인권기본법제정추진연대가 주최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선배시민협회·선배시민학회가 주관한 ‘2026 대상자에서 권리주체로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크쇼’가 16일 오후 2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남부학습관 503호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현장 전문가와 법조계, 시민사회 관계자, 선배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1부 개회식과 발제, 2부 토크쇼로 진행됐다.

 

“노년이 좋아야 다 좋다”…새로운 노년상을 향한 목소리

 

0922-1.jpg

김형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 유해숙 한국선배시민협회장, 김영애 선배시민학회장(왼쪽부터)

 

1부 개회식에서는 김형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 유해숙 한국선배시민협회장, 김영애 선배시민학회장의 축사가 이어졌으며,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김형식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이번 토크쇼가 노인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삶과 행복을 찾아가는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해숙 한국선배시민협회장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노화라는 신체적 변화가 더해지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인은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닌 시민이며, 선배시민은 평등하고 서로 돌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앞장서 실천하는 시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회장은 여러 단체가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을 위해 함께하고 있는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며, 이번 자리가 한국 사회의 당당하고 자유로운 새로운 노년상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또 "노년이 좋아야 다 좋다"며 노인의 문제는 현재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영애 선배시민학회장은 이날 주제인 ‘대상자에서 권리주체로’가 노인인권기본법이 지향하는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을 돌봄·보호·복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목소리를 내며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노인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노인이 시민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를 강조하며 이번 토크쇼가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을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했다.

 

0922-02.jpg

남인순 국회부의장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노인을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에서 ‘어떤 권리를 보장할 것인가’로 노인정책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부의장은 노인이 어디에서 누구와 살아갈지, 어떤 돌봄을 받을지 스스로 결정하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배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기결정과 독립, 건강과 안전, 돌봄, 사회참여와 문화생활 등 노년의 삶에서 보장돼야 할 권리를 구체화하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기반으로 노인인권기본법의 의미를 설명했다.

 

“노년기의 보편적 권리와 국가 책무 명확히 해야”

 

0922-03.jpg

 

이어 최영애 노인인권기본법제정추진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이 ‘대상에서 권리주체로, 왜 노인인권기본법인가’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최 공동운영위원장은 노인을 신체적 노화나 경제적 어려움을 중심으로 바라보면서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규정해온 기존의 관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노인인권기본법은 노인에게 새로운 특권을 부여하는 법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 보편적 권리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약화되거나 보이지 않게 되지 않도록 노년기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는 법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한 노인학대와 빈곤, 고독사뿐 아니라 키오스크와 온라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소외, 연령에 따른 차별 등 변화하는 노인인권 문제까지 폭넓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법률을 잇는 공통의 기준 필요”

 

0922-04.jpg

 

두 번째 발제는 김상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복지재정위원회 변호사가 맡아 ‘노인인권법의 법적 의미와 과제’를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노인복지, 기초연금, 장기요양, 고용, 고독사 예방, 지역돌봄 등 노년의 삶과 관련된 여러 법률이 존재하지만 실제 노인이 겪는 문제는 각각 분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득과 주거, 건강과 돌봄, 이동, 가족과 지역사회 관계, 디지털 접근과 자기결정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개별 법률을 넘어 노인인권에 대한 공통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기본법이 개별 법률을 대체하거나 통합하는 법이 아니라 관련 법률과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의 존엄성, 평등, 자기결정, 독립적인 생활, 사회참여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향후 관련 법률과 정책의 제정·개정 및 집행 과정에서 공통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개별 법률의 방향을 정하는 ‘지도법’이자 기준법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기본법 제정 이후에도 개별 법률의 정비와 정책, 예산 및 실제 집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배시민 토크쇼…일상 속 차별과 ‘당사자 중심’ 권리 보장 촉구

 

0922-05.jpg

사회를 맡은 이현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중앙), 김정규·조규섭·황영희·공군자 선배시민(왼쪽부터)

 

2부 토크쇼는 이현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조규섭·황영희·공군자·김정규 선배시민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선배시민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직업, 은퇴 이후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노년의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공군자 선배시민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에 놓인 이른바 ‘낀 세대’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80대 시부모와 90세에 가까운 어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부모 세대의 노후와 자신의 노후를 함께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의 삶이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노인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희 선배시민은 은퇴 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지위와 노년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수라는 직함을 내려놓은 뒤 자신이 한 사람의 개인이라기보다 ‘노인’이라는 범주로 인식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존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에도 사회적 역할을 하고 다른 세대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생애 말기의 자기결정권을 언급하며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 역시 노인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규섭 선배시민은 노인 빈곤과 돌봄 문제를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시에 중원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소개하며 노년의 삶의 경험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세대를 돕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 멘토링 활동을 사례로 들며 선배시민의 경험과 역할이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규 선배시민은 은퇴 이후 경험한 임금 감소와 재취업 과정을 이야기하며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령에 따른 불이익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90대 부모의 농촌 생활을 소개하며 노인 당사자가 자신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키오스크·AI 시대…디지털 권리도 노인인권의 영역

 

토론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AI 시대의 노인인권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황영희 선배시민은 키오스크와 모바일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고령층이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며, 단순한 디지털 교육을 넘어 디지털 접근권 자체를 권리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들고 연령에 따른 차별과 배제를 막는 한편, AI와 알고리즘이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정규 선배시민은 개인정보 제공과 동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디지털 환경에서도 자신의 정보에 대한 선택과 통제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

 

0922-06.jpg

 

참석자들이 직접 작성한 포스트잇을 통해 노인인권기본법에 담기기를 바라는 권리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황영희 선배시민은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꼽았다. 자신이 살아온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하고 싶은 노인의 선택이 돌봄과 주거, 의료체계 안에서도 존중돼야 한다는 의미다.

 

부산에서 참석한 한 참가자는 ‘자기결정권 존중,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논하자’는 내용을 제시하며 생애 말기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조규섭 선배시민은 ‘누구나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김정규 선배시민은 ‘모두가 같은 사람, 시민’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토론에서는 연령에 따른 노동과 소득의 차별, 의료서비스 이용, 일상에서의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 여성 노인의 경제적 불평등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노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법과 정책에 반영돼야”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김정규 선배시민은 ‘노인’이라는 용어가 갖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노년기본법’ 등으로 법률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영애 공동운영위원장은 ‘노인인권기본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는 노인 당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권리를 주체적으로 요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법률 명칭과 구체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함께, 노년의 삶과 관련된 법과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현숙 교수는 노인인권기본법에서 논의되는 참여권이 노인 당사자가 자신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토크쇼에서는 노인인권을 복지와 돌봄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기결정, 평등, 사회참여, 노동, 디지털 접근, 지역사회에서의 삶과 생애 말기의 권리 등 노년의 삶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장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을 통해 노년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상자’에서 ‘권리주체’로 전환하고, 노인 당사자의 경험과 목소리가 법과 정책의 논의 과정에 지속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Articles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