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걷기분과] 1박2일 안면도 트레킹 ( 11월 11일 ~ 12일)

by admin posted Nov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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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레는 출발과 빼빼로데이(11월 11일)

2025년 11월 11일, 우리는 다시 한번 안면도 트레킹의 길목에 섰습니다. 아침 7시 40분,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안면도 창기리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터미널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러 들어서자, 입구에는 '빼빼로데이'를 알리는 많은 과자 상자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작은 빼빼로 박스를 하나 집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주인분은 "저런 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웃으셨고, 저는 "2천 원짜리 과자 하나로 함께 웃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것 아니겠냐"고 답하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이날은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그리고 농업인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오전 7시 40분, 안면도로 향하는 고속버스 앞에서 일행 다섯 명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드디어 버스는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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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 번째 길에서 만난 안면송과 추억

버스는 오전 10시, 창기리 정류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안면도 트레킹은 벌써 세 번째 여정입니다. 작년 5월 8~9일과 11월 5~6일에도 이 코스를 걸었었는데, 이번에는 이전에 비해 걷는 시간을 줄이고, 농촌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창기리에서 시작된 트레킹 코스는 언제나처럼 멋진 바다와 우거진 소나무 숲길을 따라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날은 날씨가 우리의 편이었습니다. 혹시나 춥거나 바람이 불까 염려했지만, 바람 한 점 없이 따뜻한 날씨는 트레킹을 즐기기에 완벽한 조건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침식사로

김밥과 계란,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걸으면서 나눈 많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68년의 역사적 사건들이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청와대 습격 사건,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 향토 예비군 창설, 국민교육헌장 제정 등 굵직한 일들이, 세계적으로는 68혁명과 '프라하의 봄'이 일어났던 해였지요. 잊을 수 없는 개인적인 추억들까지 소환하며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꽃지 해수욕장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바위틈에서 작은 고동들을 주우며 소소한 추억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3. 꽃지 해변의 상념과 급박했던 버스 시간

이날 트레킹은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방포수산 부근에서 점심으로 회를 먹고, 그곳에서 약 1.5km를 걸어 딴뚝사거리에서 오후 3시 25분에 출발하는 509번 농촌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입니다. 버스 시간에 맞춰 방포수산에 여유 있게 도착해야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포항에서 바라본 꽃지 해수욕장 앞의 할미·할아비 바위는 숙연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할미바위는 여전히 굳건한 모습이었지만, 할아비바위는 심하게 무너져 있었습니다. 저는 문득 '이 시대 할아버지들의 위상이 저렇게 무너진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념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해수욕장 근처에서 회를 먹으려 했으나, 농촌 버스가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올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과 촉박한 시간 때문에 '일단 버스를 타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광어회를 포장하여 딴뚝사거리로 이동했습니다.

그곳 마트에서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식사 재료를 구입하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았고 배도 고팠기에, 우리는 버스 정류소에서 포장해 온 광어회를 즉석에서 풀어 먹었습니다.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고 유쾌했던 우리만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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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확한 농촌 버스와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

예정된 3시 25분이 되자 509번 농촌 버스는 정확히 도착했습니다. 버스 안에는 연세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분들은 우리의 모습이 신기한 듯 어디까지 가는지 묻기도 하며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버스는 우리가 예약한 숙소인 동작 휴스테이 바로 앞에 우리를 내려주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가 채 되지 않아, 우리는 짐을 풀고 2km 떨어진 샛별 해수욕장으로 서해의 일몰을 감상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벗고 가벼운 걸음으로 도착한 샛별 해수욕장. 구름이 많아 혹시나 일몰을 놓칠까 걱정했지만, 우리의 염려를 비웃듯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해넘이가 펼쳐졌습니다. 동해의 일출도 장관이지만, 서해의 일몰은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삼겹살, 매운탕, 햇반에 귀한 술을 곁들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음 날은 아침 7시에 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잠이 들었습니다. 휴대폰에는 오늘 걸음수를 34000보라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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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둘째 날: 안개 속의 출발과 뜻밖의 난코스 (11월 12일)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라면 네 개와 햇반 네 개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고남초등학교까지 약 15km를 걸어가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기에 이른 식사는 필수였습니다. 특별히 어제 해변에서 주워 온 고동을 넣어 끓인 라면은 국물이 정말 시원했습니다.

아침 7시 10분, 동작 휴스테이 정문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씩씩하게 출발했습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바람이 없어 걷기에는 좋았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아침 풍경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지난번 트레킹 때는 샛별 해수욕장을 거쳐 해변 길을 따라갔지만, 이번에는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곧바로 항포항으로 향하는 농로 길을 택했습니다. 이 덕분에 1시간 정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운여 해변에서는 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의 반영을 즐기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장산포 해수욕장을 지나서는 해변가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을 남기고, 마침 만난 마트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다시 힘을 냈습니다.

하지만 바람아래 해수욕장 근처에 다다르자, 밀려든 바닷물 때문에 더 이상 해변 모래사장으로 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산을 오르내리는 코스를 택해야 했고, 이전에 여수 금오도 비렁길을 걷는 것처럼 절벽 위로 이어진 길은 예상보다 쉽지 않고 힘들었습니다.

서울행 고속버스가 안면읍에서 2시 30분에 예약되어 있었기에, 고남초등학교에서 1시 30분에는 농촌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을 벌려면 늦어도 12시 30분까지는 고남초등학교에 도착해야 했지요. 1시간을 줄여 여유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바닷길 대신 산길을 오르내리는 코스가 많아지면서 우리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6. 기적의 버스 탑승과 안면도 트레킹의 의미

바람아래 해수욕장 근처를 지나며 안면도 소나무인 안면송들이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해 하얗게 말라 죽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무서운 병의 위력에 마음이 아팠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안면도의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들이 곳곳에 자리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남초등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안면읍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 것이 시간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고, 마침 12시 35분에 출발하는 522번 버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은 거리는 1.5km, 시간이 많지 않아 버스를 탈 수 있을지 걱정하며 피곤한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였고, 다행히 우리는 그 버스를 제시간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고남초등학교에서 12시 35분 버스를 타고 안면읍에 도착하니 오후 1시였습니다. 여유가 생긴 덕분에 터미널 앞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으며 이번 트레킹의 소회를 나누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멋진 추억이 되었다는 데 모두 동의했고, 식사 후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여운을 즐겼습니다. 2시 30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5시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휴대폰에는 30000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트레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농촌 버스가 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 연세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고, 탑승객이 많지 않은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운행 시간 덕분에 낯선 방문객인 우리도 계획을 차질 없이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약속 하나도 소중하게 지키는 멋진 모습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기억에 오래 남을 안면도 트레킹이었습니다.

작성 : 한걸음(걷기분과 책임활동가)

https://blog.naver.com/seniorcitizens/22407886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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